의료인의 전통적 남녀 성비 구성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최근 5년간 남자 간호사의 수가 300% 이상 급증하면서 병원 풍경도, 의료인 전체 성별 구조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4일 보건복지부의 ‘면허 의료인수(성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8~2023) 남자 간호사의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전체 간호사 39만4627명 중 남자는 1만520명으로 전체의 2.7%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전체 50만3831명 중 3만1773명으로 6.3%를 차지했다. 이는 단순 비율뿐 아니라 수치상으로도 3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통적으로 여자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간호 분야에 남자 인력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 타 보건의료 직종에서는 여자의 비율이 꾸준히 상승했다. 의사의 경우 여자 비율이 2018년 26%에서 2023년 27.3%로, 치과의사는 27.3%에서 28.4%로 증가했다. 한의사 또한 같은 기간 21.8%에서 24.2%로 여자 비율이 상승했다.
이처럼 의료 전 분야에서 성별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간호사 직종에서의 남자 유입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의료현장에서도 남녀 간의 역할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남자 간호사의 증가로 인해 병원 내 체력적 업무 분담, 환자와의 소통 다양성 등 여러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전문직으로서 간호사가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구조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자 간호사들이 겪는 구조적인 어려움도 지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병역의무로 인한 실습 및 경력단절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남자 간호사가 병역을 이행하는 동안 실무 경력이 단절되거나, 간호 전문성 개발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간호계에서는 ‘공중보건간호사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당 제도는 병역 대상 남자 간호사를 의료취약지역 등에 배치해 의무복무하게 함으로써 경력 단절을 막고 지역 보건의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아직 관련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제도 시행은 요원한 상태다.
남자 간호사의 비율 증가가 단순한 숫자 변화에 그치지 않고, 제도 개선과 인식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