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수소시범도시의 지역특화 사업으로 출발
대부도 내 풍력발전기에 알칼라인 수전해 연결
수자원공사와 직접전력거래···한전 전기 안 써
“그린수소 확산하려면 직접PPA 관련 고시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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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계통이 아닌 재생에너지(풍력)와 직접 연계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안산 대부도 수전해 실증 현장.
오이도와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를 달린다. 바다에 둑을 쌓아 길을 낸 방조제는 다리와는 다른 감성이 있다. 지면에 가까운 시선으로 드라이브 내내 지평선의 풍경을 즐기게 된다.
죽 뻗은 왕복 2차선 도로 끝에 하얀 풍력발전기 두 기가 솟대처럼 솟아 있다. 바람이 잠잠한지 날개는 멈춰 있다. 언젠가 대부도 초입 방아머리해변에서 부슬비를 맞으며 풍력발전기를 바라본 기억이 난다.
이날 목적지는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 풍력발전기 쪽이다. 로터리에서 차를 돌려 왔던 길을 거스르자 연두색 철망이 눈에 든다. 그곳에 입구가 있다.
풍력발전기와 직접 연결해 그린수소 생산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부지에 들어선 두 기의 풍력발전기는 1.5MW급이다. 여기서 나온 전력으로 알칼라인 수전해를 돌려 청정수소를 생산한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한전KPS 신사업개발처의 김영윤 실장이 인사를 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풍력발전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한전 변전소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어 100% 그린수소로 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부도 현장은 한전의 전력을 쓰지 않고 풍력발전기 전력을 바로 수전해 설비에 물려 수소를 생산해요. 이 방식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곳은 내륙에서 이곳 현장이 최초라 할 수 있습니다.”
수배전 설비, 전력변환설비, 전력 버퍼용 ESS(3MWh)가 한 줄로 놓여 있다.
대부도 청정수소 생산 실증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지원한 수소시범도시 사업과 깊은 연관이 있다. 안산시는 지난 2019년 울산광역시, 전북 완주·전주와 더불어 수소시범도시에 처음으로 선정됐다.
수소도시 사업은 주거·교통·인프라 부문으로 나눠 사업이 진행됐다. 수소생산기지를 짓고 여기서 나온 수소를 배관으로 공급해 연료전지를 돌리고 수소전기차 충전에 활용하게 된다. 여기에 지자체마다 별도로 지역특화 사업을 추진하는데, 당시 안산시가 제출한 계획이 바로 대부도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이었다.
“처음엔 시화호의 조력발전으로 수전해를 할 계획이었어요. 조력발전소 용량만 254MW로 세계 최대 규모라 할 수 있죠. 수자원공사가 조력발전소 전력 사용에 부정적이라 이곳 방아머리의 풍력발전기를 사용해서 그린수소를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한전KPS는 안산시에서 위탁을 받아 본 사업을 대행해왔다. 2021년에 설비 구축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 나섰고, LNG발전의 핵심 설비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시장 1위 업체인 비에이치아이(BHI)가 중심이 된 BHI컨소시엄이 최종 선정됐다.
BHI컨소시엄은 풍력발전으로 시간당 200N㎥(약 18kg)의 수소, 태양광발전으로 시간당 50N㎥(약 4.5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250N㎥급 수전해 설비를 제안했다. 이는 경쟁사보다 50N㎥가 많은 양이었다.
“스택, BOP(주변장치) 전력을 합쳐 수소 1N㎥당 6kWh의 전력 소비를 기준으로 잡았어요. 처음엔 풍력발전 1.25MW, 태양광발전 300kW를 합쳐서 250N㎥의 수소생산설비를 구축할 계획이었죠. 이후 수자원공사에서 태양광 발전전력의 사용 제외를 요청하면서 태양광을 빼고 두 기의 풍력발전기를 연결하는 쪽으로 정리가 됐습니다.”
수전해 실증시스템 설비 구축 계약은 2022년 1월에 이뤄졌다. 알칼라인 기반 수소발생장치 기술을 보유한 하이젠테크솔루션, 수소압축기 전문업체인 광신기계공업, 전력 제어·전력변환기 전문업체인 와이피피(YPP)가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었다.
김영윤 실장이 수전해실 문을 열자 두 기의 스택이 눈에 든다. 원형 스택으로 크기가 작은 쪽이 50N㎥ 제품, 큰 쪽이 200N㎥ 제품이다. 전단에는 교류(AC)를 직류(DC)로 바꿔주는 컨버터가 있다.
수전해실에 50N㎥/h, 200N㎥/h 알칼라인 수전해 스택이 놓여 있다.
설계부터 200N㎥와 50N㎥의 수전해 설비를 따로 구분해서 갔다. 동시에 두 제품을 돌리면 PCS(Power Conversion System) 제어 등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배제하기 위해 하나씩 따로 운전할 계획이다.
바람이 약한 날에는 작은 용량의 50N㎥ 스택을 운전하고, 바람이 강한 날에는 200N㎥ 스택을 운전하게 된다.
한전KPS 김영윤 실장이 50N㎥/h 스택 앞에서 수소의 이동 경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엄격한 규정 바꿔야 그린수소 활성화 가능
안산시 에너지정책과 수소에너지팀의 권순관 주무관이 현장에 합류한다. 앞서 말했듯 이곳 현장은 한전KPS가 안산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는 한국수자원공사, 전기사용자는 안산시인 셈이다. 이렇게 직접전력거래계약(PPA)을 맺고 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두 사람을 따라 현장을 돌아본다. 풍력의 교류 전력을 수배전 설비로 받아내는데, 이때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3MWh에 이르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구축했다.
풍력에서 나온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알칼라인 수전해 설비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게 많다. 냉각수 설비 바로 옆에는 알칼라인 수전해를 위한 초순수 제조시설, 전해액 공급 탱크가 놓여 있다. 수전해 설비를 돌리기 위해서는 교류를 직류로 변환하는 컨버터 설비가 꼭 필요하다.
김영윤 실장은 “전해조에서 나온 수소는 기액분리기를 거쳐 수분을 날린 후 99.99%의 고순도 수소로 정제한다”고 한다. 수전해를 통해 생산된 산소는 대기로 배출하고 수소만 따로 버퍼탱크로 내보낸다. 이 수소는 압축기를 거쳐 200bar로 튜브트레일러에 저장된다.
김영윤 실장이 안산시 권순관 주무관(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해조에서 나온 수소는 이곳에서 기액분리, 정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권순관 주무관은 “2022년 7월 산업부로부터 규제 신속확인 승인을 받아 사업에 나섰다”고 한다. 직접전력거래를 통해 계통 전기 대신 재생에너지 전력을 써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에 처음 도전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권 주무관이 2022년 9월에 처음 시행된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의 직접전력거래 등에 관한 고시’(이하 ‘고시’)가 담긴 인쇄지를 내민다. 제2장 전력의 거래 제5조5항의 예외 규정에 형광 팬이 밝게 칠해져 있다.
고시에 따르면 직접전력거래에서 남는 전력을 계통에 팔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발전설비의 발전사업허가증에 기재된 설비용량에서 직접전력거래대상 설비용량을 제외한 설비용량이 2만kW(20MW)를 초과할 것, △모든 시간대별로 동일한 직접전력거래비율을 적용할 것.
대부도 실증 현장은 이 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운전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합제어실.
“풍력발전기 두 기를 합쳐 3MW입니다. ‘20MW 이상’이라는 조건에는 한참 못 미치죠. 또 풍력발전량에 맞춰서 수소를 생산하게 되는데, 시간대별로 동일한 비율로 전력을 쓰는 게 애초에 불가능해요. 간헐성이 있는 재생에너지에 이런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면 아무도 사업화에 나서지 않을 겁니다.”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은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를 통해 제도적 지원을 받는다. SMP(계통한계가격)에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의 추가 수익을 더해 경제성을 확보한다.
풍력발전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모두 수전해에 쓸 수는 없다. 수소를 생산하고 남는 전력이 있으면 전력거래소에 전기를 팔아 수익을 내야 한다.
“설비용량도 작고 동일한 직접전력거래 비율에 해당하지 않아서 RPS를 적용받기가 어렵다는 불가 통지를 받았어요. 사업을 정상화하려면 어떻게든 이 부분을 해결해야 했죠. 산업부 도움을 받아 한전KPS에서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다시 했어요. (2024년) 7월 19일에 ‘풍력발전을 통한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전력공급 및 거래실증’ 규제특례 확인서를 받아서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죠.”
이로써 현장에서 풍력발전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남는 전기는 전력거래소에 REC를 받아 팔 수 있게 됐다. 다만 2024년 9월 26일부터 2026년 9월 25일까지 2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특례를 인정받았다.
버퍼탱크를 거쳐 8bar로 들어온 수소를 200bar로 압축해 튜브트레일러에 저장한다.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수소생산에 나서도록 유인하려면 직접전력거래 고시의 예외 규정 문항을 개정하거나 삭제할 필요가 있어요. 제3자 전력구매계약만 해도 망(송배전망) 이용료를 납부해야 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죠. 수전해 생산을 활성화하려면 이런 제도적인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2~3MW에 이르는 소규모 재생에너지 전기판매사업자도 수소생산에 참여하고 남는 전력을 전력거래소에 팔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또 ‘모든 시간대별로 동일한 직접전력거래 비율 적용’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정수소 생산에 별도 지원 필요
알칼라인 수전해 설비를 현장에 설치한 시점은 2024년 3월이다. 당시만 해도 특례를 적용받기 전이라 풍력 전기를 수전해에 활용할 수 없었다. 부득이하게 디젤발전기 전기로 수전해 설비를 돌려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걸 확인했다. 수소 순도는 99.9997%로 나왔다.
한전KPS 김영윤 실장은 ”한전의 계통 전력이 아닌 풍력발전에서 나온 전기로 1등급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최초의 현장“이라고 강조한다.
현장의 준공승인이 떨어진 건 2024년 9월 말이다. 그런데도 아직 수전해 설비를 못 돌리고 있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발전사업자인 수자원공사가 한전 전기요금 계량기(MOF)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2024년 예산이 소진되면서 이듬해로 설치가 연기됐다.
“하나를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문제가 터지는 식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어요. 처음 하는 사업이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신중하게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절차를 밟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 측면이 있죠.”
김영윤 실장은 “그 과정에서 정리된 것들이 있고, 이런 사례를 공유하면서 후속 사업에서 생길 수 있는 시행착오를 빠르게 줄여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보 교류가 중요하다.
이날도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들이 대부도 현장을 다녀갔다. 동서발전은 동해 그린수소 연구개발 클러스터에 태양광과 연계한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해시 북평산단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2.5MW 규모의 수전해 설비를 2026년까지 구축하고 하루에 약 1톤 이상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들이 대부도 청정수소 생산 실증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안산시는 2020년 1월부터 4년 8개월 동안 총 477억 원(국비 200억 원, 도비 60억 원, 시비 217억 원)을 들여 수소시범도시 사업을 진행했다. 안산도시개발 내 유휴부지에 LNG 수소추출기를 설치하고 하루 1.8톤의 수소를 생산해 배관으로 공급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수소배관의 경우 안산도시개발을 중심으로 서쪽 단원구 방면으로 1km, 동쪽 상록구 방면으로 약 10km를 매설했다. 수소배관이 지나는 단원구 원포공원에는 두산퓨얼셀의 수소 전용 440kW급 PAFC 연료전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안산의 경우 수소배관 매설 작업에 1km당 15억 원에 이르는 큰 비용이 들었어요. 지하차도를 맞닥뜨리면 규제 때문에 수소배관이 못 지나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우회를 하게 되는데, 이런 부분을 해결하느라 추가 사업비가 많이 들었어요.”
권순관 주무관은 “안산시는 수소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지역특화 사업으로 그린수소 실증사업을 벌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안산시는 2024년 10월 29일 전국 최초로 수소시범도시 준공식을 열었다. 1기 수소도시 사업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았고, 이는 전국 12개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수소도시 사업에 본보기가 된다. 그동안의 성과를 올바로 평가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더 나은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냉각수 설비와 버퍼탱크 뒤로 1.5MW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현재 수소충전소에서 부생수소나 개질수소(1kg)가 1만 원 정도에 유통된다. 제주에서 생산한 청정수소의 판매가격은 1kg당 1만5,000원이다. 생산단가가 2만 원 정도라 경제성을 논하기에는 이르다.
권 주무관은 “CHPS(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에서 탄소배출량에 따라 4등급으로 구분해 보조금을 주듯 청정수소 생산부문에 대한 등급별 지원제도가 빨리 나와야 한다”고 제안한다.
“CHPS가 수소활용 측면의 지원책이라면, 청정수소 생산자에 대해서도 별도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됐어요. 현장에서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청정수소를 생산해서 충전소에 판매하거나, 이 수소로 연료전지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형태의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이런 정책적인 뒷받침이 꼭 필요합니다.”
제도 지원과 더불어 수전해 설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대부도 그린수소 실증 현장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른 직접PPA, 청정수소 생산 등급별 지원제도, 규제샌드박스 문제 등을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논의의 장이 될 수 있다. 계통이 아닌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1등급 그린수소 생산에 첫발을 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출처 : 월간수소경제(“직접PPA로 찐 그린수소 생산” 안산 대부도 수전해 실증 현장 < 기업 < FOCUS < 기사본문 - 월간수소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