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추락하는 항공기들, 항공안전관리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11월 27일 오전 11시경, 양양군 명주사 인근 야산에서 지자체가 임차 운용 중이던 헬기가 추락하여 탑승객 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며칠 전 KF-16 항공기가 추락한 사고에서는 다행히 조종사는 비상 탈출해서 무사했지만, 이번에는 탑승객 전원이 모두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항공기 추락사고는 많은 사람에게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지난 2일 문경서 화물 운송용 헬기 1대가 추락했다. 해당 사고로 조종사 1명이 부상을 당했다./사진-문경시 제공
올해는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이 서울 하늘에서 비행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에서 8연임 이사국으로 선출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뒤에 2022년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항공사고가 발생한 해로 기록될 정도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올해 항공기 추락사고는 무려 11건 발생
올해에는 이번 헬기 추락사고를 비롯해 군, 국가항공기와 민간항공기 사고를 모두 포함하면 11건이나 발생하였으며, 그중 공군 항공기 사고는 5건, 국가 운용 항공기(헬기)는 3건, 민간항공기 사고가 3건이다.
사고가 발생한 헬기들은 모두 국가에서 운용 중인 항공기였으며 추락에 의한 사망사고가 발생하였다. 회전익 항공기인 헬기들은 고정익 항공기에 비해 사고 비율이 약 5배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불 진화, 인명 구조 등을 위해 저고도로 내려가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도 높은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항공사고는 조종사의 과실, 착각, 에러 등 약 70% 정도가 인적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우리나라 항공사고의 특징은 아직 사고 조사 중으로 정확한 원인이 발표되진 않았으나 항공기 노후, 결함 또는 기상 상황 등 복합적 원인이 결부된 사고가 유달리 많다는 것이다. 특히, 공군사고는 항공기 노후와 결함에 의한 사고가 5건 중 3건으로 사고 발생 비율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1월 KF-16기가 추락하면서 소링이글의 후반기 훈련이 잠정 연기됐다./사진-헤럴드 DB
공군 사고의 경우, 전력 유지상 어쩔 수 없이 노후 항공기인 F-4, F-5를 실전에 배치하고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존재하고 있다. KF-16은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현 록히드마틴)가 개발해 1978년부터 미국 공군에 도입한 F-16을 1990년대 국내 면허 생산을 통해 공군에 도입한 기종으로 약 30년 이상 사용하여 이제 노후 기종으로 분류될 수 있다.
대당 약 320억 원 정도의 고가 전투기이며, 공군에서 약 140여 대가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진 F-16은 한국에서만 10여 대 이상이 추락했고, 대부분 연료도관 부식이나 터빈블레이드 탈락 등의 기체 결함으로 나타난 항공기이다. 특히, 군에서는 항공기 결함이 발생하면 결함 탐구가 될 때까지 전력 운용이 중지되는 심각한 상태가 발생하여 안보의 공백이 생길 수도 있어 주의가 촉구된다.
민간 항공 분야 역시 최근에는 항공기 결함에 의한 사고가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필리핀 세부 막탄 공항에서 발생한 A330 항공기 활주로 이탈사고와 엔진 결함으로 비상 착륙하거나 회항한 2건의 준사고 역시 항공기 결함에 의한 것이며, 이 사고 항공기들이 동일 기종이라는 점에서 정밀한 고장 탐구와 대책이 요구된다.
과연, 사고가 없었다고 안전을 장담할 수 있나?
사고는 사후 약방문으로 해결될 수 없다. 그동안 사고가 없었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특히, 지난 3년간의 안전성과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지난 3년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행 횟수 자체가 적어 통계자료로서의 의미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회색 코뿔소는 언제나 우리 곁에서 서성이고 있다. 항공 분야는 시스템적으로 안전을 관리하고 선제적인(proactive) 대응을 해야 한다. 선제적인 대응은 현장 직원들의 보고나 사전점검을 통해 위해요인(hazard)을 찾아내고 분석하여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다.
항공기 결함 발생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여 조치하고, 규정에 제시된 점검 기준이나 목록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항공기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노후 항공기는 특별 관리하고 교체 또는 데이터에 기반한 예방 정비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항공안전관리의 선제적 대응이 절실한 시기
한편, 최근 사고들을 살펴볼 때 각 조직의 안전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하인리히 법칙에 의하면 1건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약 29건의 중요한 사고가 발생하고, 300여 건의 사소한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잠재되어 있는 사고 요인은 4,000여 건이나 된다.
안전관리는 숨겨져 있는 잠재 요인을 발견해서 더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잠재 요인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것은 아니다. 전문 지식을 가지고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각 조직은 이런 전문가들을 더 많이 양성하고 훈련하여야 한다. 또한 법에 정해진 최소한의 조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조직에 맞는 안전관리를 통해 필요시 더 안전한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해야 달성되는 것이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방 전력의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공군의 안전과 국가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 운용 항공기, 팬데믹 이후 급성장할 민간 항공시장을 대비해서 항공기 점검, 승무원 교육, 피로 관리, 비상 대응 시스템(ERP) 점검 등 선제적인 계획 수립과 대응이 절실한 시기이다.
※ 본 글은 권보헌 박사님께서 재능기부로 기고해 주신 글입니다.
<약력>
현) 극동대학교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현) 한국시스템안전학회 회장
전) 대한항공 B777수석기장
출처 :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https://www.safety1st.news) |